구자선 문화산책 - 립 서비스lip service

구자선 | 기사입력 2019/11/27 [11:39]

구자선 문화산책 - 립 서비스lip service

구자선 | 입력 : 2019/11/27 [11:39]

▲  구자선 수필가

 

“여보, 어디야? 배고파요. 나 당신 기다리느라 밥도 안 먹었단 말이에요. 어서 와.”

 

“……”

 

“아이고 웬 립 서비스, 부부생활을 사회생활 하듯 해요. 호호호.”

 

말은 립 서비스라 하지만 호호 웃는 그녀의 말투에 사랑이 한 아름이다.

 

“예쁘네. 난 그렇게 다정한 부부가 참 좋더라. 예뻐.”

 

행복해하는 그녀를 바라보니 나도 덩달아 행복해진다.

 

살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얼마나 다정한가. 다정한 말 한마디 하루를 행복하게 한다. 농담을 진담처럼, 진담을 농담처럼 흘려도 그 마음 다 받아줄 수 있는 넉넉한 사람이 그리운 시간이다.

 

한때는 잠시도 떨어질 수 없어 찰떡처럼 붙어 지냈다. 하루라도 못 보면 궁금하고 보고 싶고 목소리라도 들어야 살 것 같았다. 매일 궁금하고 같이 있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래서 결혼도 하기 전에 살림부터 차리고 함께 지냈다. 매일 매일이 내 삶의 전부인 것처럼 아침 출근시간까지도 떨어지기 싫어서 한참씩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상처가 쌓였다. 때로는 토라지고 때로는 담을 쌓으며 차라리 사랑하지 말걸 생각할 때가 있었다. 함께 밥을 먹으면 ‘이것 참 맛있네. 어떻게 한 거야?’ 물어주고 생일이나 기념일에는 예쁜 티셔츠라도 하나 예쁘게 포장해서 건네주면 어디가 덧나나? 생일 축하한다는 그 말 한마디가 왜 그리도 인색한 지. 말 할 줄 모르는 사람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는 그에게 서운함만 쌓인다. 아니 사랑하기는 하는 거야?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얼마 전 결혼식에 다녀왔다. 주례선생님 말씀 중에 기념일을 잘 챙기라는 말을 한다. 그냥 챙기지 말고 선물을 하되 최소한의 선물이 아니라 이 선물 사면 내 주머니가 텅텅 비도록 해야 한다는 말에 모두 함께 웃었다. 그만큼 온 정성을 들이라는 말일 것이다. 서로를 존경하고 실망하지 않도록 늘 공부하라는 말씀도 귀에 들어왔다. 노력 없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서로를 존중하고 힘을 더하여 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라면 평생 행복할 것이라 한다.

 

세월이 가면 푸른 잎도 단풍 들고 낙엽 되듯이 서로 조금씩 소원해 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서로 노력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에 행복해하며 힘이 된다면 평생이 행복하지 않을까? 어쩌다 만난 어느 부부의 사랑스런 대화를 들으며 행복해하는 아내의 표정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남들 앞에서는 살갑게 말도 잘 하면서 왜 남편에게는 그리 다정하지 못한지 내 머리를 쥐어박는다.

 

잘 사는 게 뭘까?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내 마음 전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망설임 없이 털어 놓으며 위로를 구하고 아낌없이 토닥여 주는 것. 둘이 아니어도 괜찮아, 단 한 사람이면 되잖아. 문득 “일찍 들어오세요. 찌개 맛있게 끓여 놓을게요.” 라고 전화 한 번 해 볼까. 올 겨울이 따뜻해 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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