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다운 태권도를 가르치겠습니다”

안산시 태권도계 마이더스 안산시통합태권도협회 박희수 회장

김석일 기자 | 기사입력 2018/09/13 [13:19]

“태권도다운 태권도를 가르치겠습니다”

안산시 태권도계 마이더스 안산시통합태권도협회 박희수 회장

김석일 기자 | 입력 : 2018/09/13 [13:19]

 

                                                                ▲ 박희수 회장    


배구를 좋아한 아이가 있었다. 그런데 포지션은 세터를 맡을 수밖에 없었다. 키가 작았기 때문이었다. 달리기를 잘해 모든 스포츠에 재능이 있었지만 번번이 키가 발목을 잡았다. 그러던 중 선생님들은 체구는 작지만 평소 의협심과 의리가 강하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아이에게 딱 맞는 운동, 태권도를 권했다.

 

34년 중 둘째였던 아이는 성장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군대에 지원했다. 당시에는 대학에 태권도학과가 없었기 때문에 군대 외에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그렇게 군 복무를 마치고 미래를 설계하던 그에게 천운이 생겼다. 현재 용인대(당시 유도대학)에 태권도학과가 신설된 것이었다. 1982년 무렵이었다. 그렇게 그는 용인대 1기 태권도학과 졸업생이 되었다. 졸업생장에 새겨진 이름은 바로 박희수. 그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안산시통합태권도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박희수 회장의 스승은 현재 아시아태권도연맹의 거물급 인사인 이규석 회장이다.

 

바른 인생관과 올곧은 성격을 가진 스승에게서 배운 태권도는 조금은 느렸지만 정확했고, 기교는 없었지만 강했다. 굵직한 선을 강조하던 박 회장은 충남 서천에서 서천 태권도장을 운영하면서 국가대표 3명을 배출하는 성과를 냈다. 그중 한 명은 현재 대한민국 국가대표 감독직을 수행 중인 김종기 감독이다.

 

이후 박희수 회장은 안산으로 이주, 1987년부터 현재까지 약 30여 년 간 선부 태권도장을 운영 중이다. 유명 스승의 혼과 기를 고스란히 안산시 태권도계 뿌리에 쏟아 내린 뒤 올해 아시안게임과 경기도체육대회에서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는 그를 만나 안산시 태권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었다.

 

안산시통합태권도협회는 어떤 조직인가? 아울러 현재 지역 내 태권도 인프라는 타 지자체와 비교해 어느 수준인가?

 

단체명에 통합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유는 일반 시민 누구나 즐기는 생활체육의 태권도와 선수를 육성하는 엘리트 태권도를 함께 육성하기 때문이다. 현재 호동초, 성안초 등에서 엘리트 선수들이 미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오늘도 힘차게 발차기를 연습 중이고, 지역 내 등록도장과 비등록 도장을 포함해 약 180여 개 태권도장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안산에는 여러 다문화 근로자와 학생들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데 ‘2017년 제1회 안산시태권도 꿈나무 육성대회등을 개최하면서 태권도 저변도 크게 넓어졌다. 이러한 씨앗이 자라 먼 훗날 안산시태권도시범단 탄생, 지역 대학 내 태권도학과 신설이란 열매를 맺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안산시 선수들과 안산시통합태권도협회가 유달리 큰 성과를 냈다고 들었다. 어떤 성과들인가?

 

태권도에 몸담고 살아오면서 올해처럼 기쁜 해가 없었다. 태권도 지도자로서, 단체의 수장으로서 선수들과 협회 임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낀다. 그들의 땀과 세심한 준비가 없었다면 올해의 금자탑은 없었을 것이다.

 

먼저, 올해 4월 열린 64회 경기도체육대회에서 안산시가 남녀 태권도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수원, 고양, 성남 등 엄청난 지원을 받는 지자체들을 물리치고 16가 참여한 대회서 가장 높은 시상대에 올랐다. 지금도 믿겨지지 않는 대목이다. 안산시가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쾌거로 태권도 종목에서만 놓고 보면 월드컵 4강에 오른 것이나 다름없다. 함께 노력하고 격려하면서 고생한 모든 이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안산시 선수들이 이번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눈물겹도록 투혼을 발휘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사실이다. 이화준 선수, 조강민 선수 등은 메달을 획득해 태권도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켰고, 품새 종목에 나선 김선호 선수는 금메달을 따내 안산시 이름을 전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특히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최초로 도입된 태권도 품새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선호(용인대 2학년) 선수는 신길초··고를 졸업한 안산의 아들이다.

이외에도 경기지역 최초로 18회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대회를 안산시에 유치한 성과를 말하고 싶다. 안산시통합태권도협회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번 유치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올해 이룬 성과에도 불구, 박희수 회장은 아직도 목마르다고 소리치고 있다. 안산지역 태권도 분야에 꼭 필요한 인프라를 꼽는다면?

 

두 가지를 꼽고 싶다. 이 두 가지는 어쩌면 일맥상통하는 부분일 수도 있다.

먼저 지역 내 대학에 태권도학과가 필요하다. 잘 알다시피 안산시 배구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수준이 높고 각종 대회에 나서 금메달을 휩쓴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 고등학교에 배구부가 없어 좋은 선수들을 수원 등지에 빼앗겼다. 대표적인 선수가 김연경이다. 이런 좋은 선수가 프로와 해외에 진출해 활약하는 동안 안산시에 대한 언급은 쏙 빠진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태권도의 영재들이 안산지역에 꽤 많다. 하지만 진학할 대학이 없기 때문에 인근 지자체로 떠나기 일쑤다. 태권도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안산을 떠나는 것이다. 이에 유능한 인재들이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 한 방편이 대학 내 태권도학과 신설인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안산시태권도시범단의 정식 구성이다.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안산시에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사실 시범단 구성에 더 노력 중이다. 시범단이 구성되면 많은 태권도 인재들이 몸담을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더불어 안산시를 대외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좋은 문화콘텐츠가 탄생하는 것이다.

안산시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향후 긍정적인 답변을 주길 간절히 소망한다.

 

 

올해 ‘2018 1회 안산컵 국제친선 태권도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 대회에 대한 소개와 평가는?

 

다시 찾은 나라 대한민국, 안산 속의 세계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약 16개국이 다문화 선수들을 포함, 많은 나라의 선수들이 안산시를 체험하고, 화합의 시간을 보냈다. 안산시는 잘 알다시피 반월·시화공단의 배후도시로 약 30개국의 다문화 근로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이 지역사회에 잘 적응하고, 정착하는데 있어 태권도만한 역할을 하는 스포츠가 없다. 이미 안산시외국인주민센터를 필두로 해서 태권도를 많은 외국인들에게 가르치는데 그들의 근로 스트레스를 낮추고, ·외국인의 화합에도 기여하는 것이 바로 태권도다.

 

이번 ‘2018 1회 안산컵 국제친선 태권도 대회는 그런 점에서 다문화도시인 안산을 알리고, 향후 더 많은 다문화 선수들을 참여시키는 마중물이 되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현재 국내 태권도에 대한 아쉬운 점은 없는가?

 

있다. 너무 결과에만 집착한 나머지 빨리 빨리 근성이 태권도 분야에도 젖어들고 있다. 태권도다운 태권도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 학부모들의 간섭과 무관하지 않다. 3년이 족히 걸리는 수련과정을 1년 만에 모두 완성해 결과물을 보여줘야 인정받는 지도자가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다문화 가정의 부모가 훨씬 지도에 잘 따른다.

 

학부모들의 간섭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올바른 지도가 어려운 현실이다. 그런 현실에서 배출된 지도자가 또 다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주입식 교육에서는 실력만이 출중한 선수는 나올 수 있어도 인성까지 겸비한 선수는 생산될 수 없다. 이점을 잘 알고 학부모들이 좀 더 인내하고 이해하면서 아이들의 성장을 기다려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인생의 가치관과 태권도인으로서의 꿈은?

 

어려서부터 모든 일에 정직하라고 내 자식에게도 강조했다. 정직한 삶은 태권도인으로서 기본이다. 여기에 효와 충을 더하게 되면 바른 태권도인이자 사회에서도 인정받는 인재가 될 수 있다.

 

30년 간 후배들을 양성해 오면서 나의 경험과 스승에게서 물려받은 정신을 이제는 어린 학생들에게 물려주고 싶다. 여기에 다문화 태권도인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빠른 미래에 안산시를 태권도의 아이콘, 태권도의 메카로 만들고 싶다.

 

과거 제자 중에 문제아들도 간혹 있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이 올바른 성장 궤도로 진입해 이제는 미국이나 멕시코 등지에서 한국의 태권도를 전파 중이다. 지금은 안산시에서 활동하는 인재들이 먼 훗날에는 스포츠 외교나 마케팅 분야에서 세계 유명 스타도 배출할 수 있는 것이다.

태권도다운 태권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미약하지만 힘을 보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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