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훈의 싱싱칼럼] 변(便)탕

노영훈 | 입력 : 2018/09/12 [17:39]

 


강원도 동해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의 유년기 중에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과거로 시간을 돌려 보자.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할머니께서는 노환으로 누우셨고 어머니는 그런 할머니를 보살펴 주셨다. 1986년 일이다. 약 봉투가 눈에 익숙할 정도로 매번 방 한 구석을 차지하곤 했었다.

병원에서도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을 내렸고, 그런 할머니를 위해 어머니는 무명 기저귀를 갈아가며 집에서 병수발을 들어주셨다. 학교 선생님이셨던 아버지는 퇴근 후 면 할머니방에 들러서 좀 어떠세요?”가 인사였고, 간호원이셨던 어머니는 직접 주사도 놓아 주시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방과 후에 집으로 들어서던 나는 심한 똥냄새가 집안에 난다는 것을 알고 어머니에게 그 이유를 묻게 된다. 시골집의 아담한 풍경이 그러하듯. 작은 텃밭과 마당 그리고 연탄이 들어가는 집 그 구조는 어머니를 찾아 잠시 술래잡기를 하기에 충분했다. 그렇지만 그날은 냄새가 술래였다.

어머니는 구부정한 자세로 연탄불위에 약탕기를 올려놓고 부채질을 하고 있지 않은가? 집안전체에 진동하는 똥냄새의 진원지가 어머니의 약탕기 쪽이었음을 직감한 나는 코를 막고 도대체 뭘 끓이시는 거예요?” 라고 인상을 찌푸리며 어머니에게 볼멘소리를 했다.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고 밥은 이따가 먹어라. 엄마가 요거 쫌 데우고.”

어머니 근처로 갈수록 분명히 똥냄새가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후다닥 줄행랑을 쳤고 그날 저녁은 친구 집에서 똥냄새 핑계 삼아 저녁을 먹고 실컷 놀고 돌아왔다. 밤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 냄새는 아직도 없어지질 않고 여전했다. 호기심이 발동했고 어머니에게 뭘 끓이셨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간단히 대답하셨다.

응 갓난쟁이 똥.” 그 이유인 즉,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아이의 대변을 끓여서 먹으면 약으로도 못 고치는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갓난아이의 대변을 구해서 약탕기에 넣고 끓이고 있으셨다는 것이다. 할 말이 없었다.

어째든 그 냄새는 며칠 계속되었고 방과 후 어머니술래를 찾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어이가 없지 않은가? 갓난아이의 똥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있다? 그리고 몇 달 후 할머니는 소천하셨다.

세월이 흘러 나는 노인재가방문센터를 하게 되었고, 요양보호사들의 정성어린 간호를 보게 된다. 어르신의 기저귀를 가는 모습을 처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봤던 터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유난히 힘들어 하시는 어르신을 보면 친할머니가 생각나는 것도 당연했다. 그리고 어르신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들의 모습을 보며 나의 어머니가 오버랩 되는 기억의 순환도 경험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살려보시겠다고 인분으로 탕을 끓였던 나의 어머니. 이제 칠순이시다.

현재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65세 이상 노인들은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고 13시간에서 4시간의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노인 통합 돌봄서비스는 노인의 정서·영양·주거·요양 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하여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도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들의 삶의 질은 어떠할까? 핵가족화 되어있는 한국사회는 독거노인의 수가 급증할 수밖에 없게 되어있다. 통합돌봄서비스가 있다 해도 중복지원이 불가능한 상태다. 가까운 주민센터를 찾아가 보면 금새 알게 되는 사실이다. , 요양보서비스를 받게 되면 노노캐어 등 다른 서비스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어있다.

24시간 중 3시간 정도의 요양돌봄서비스를 받게 되면 나머지 21시간은 국가에서 지원을 할 수 없게 되어있다. 결국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을 스스로 찾아갈 수밖에 없다. 그나마 가족이 있는 경우에는 입소에 대한 것도 수월 할 수 있으나 방치되어있는 노인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의 제도를 모방하고,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 사회복지정책전문가들에 묻고 싶다.

누구를 위한 돌봄인가?

 

행복에 대한 가치를 평생 간직하고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작은 여행을 준비해본다. 인도의 라다크사회의 오래된 미래가 그 답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삶을 영위하고 집에서 오랫동안 살 수 있는 그날은 유토피아인가?

나의 오래된 미래를 연구하려는 요즘, 몰려온다. 어머니께서 끓인 변탕내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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